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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픽사

<버즈 라이트이어> - To infinity and beyond!

'버즈 라이트이어'의 이야기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의 사람이라면 알만한, 영화를 조금 봤다라는 말을 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알만한 기념비적인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 우리는 그 영화내에서 '버즈'라는 특이한 장난감의 스토리를 궁금해했다.

 <토이 스토리2>에서 '버즈'의 대략적인 설명만 나왔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버즈 라이트이어'라는 장난감의 스토리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저 우주복만 봐도 기분이 좋다. 그런데 디즈니라고? 망했다

<토이 스토리>에 대한 향수


 초반의 '버즈'는 우리가 아는 <토이 스토리>의 '버즈'와는 생김새가 좀 다르다. 물론 버즈의 그 대사 'To infinity and beyond'는 금방 등장하지만, 서서히 우리의 '버즈'를 닮아간다.

 그리고 픽사는 우리의 향수를 잘 안다는 듯이, 하나하나 버즈의 스토리를 말해주며 우리들의 향수를 만족시켜준다.

 이 향수에 대한 것은 생각보다 많은데, 버즈의 우주복, 그리고 우주복에서 나가는 레이저, 그리고 '버즈'의 날개(이건 플라스틱이 아니라 진짜), 그리고 '버즈 스토리'의 악당 저그 황제.

향수만으로는 커버해주기 어려운 유치함


 개인적으로 향수가 좋았다는 것이지 영화가 좋지는 않았다. 물론 아동용 영화라는 것을 감안해도, 이 영화를 기대하고서 간 사람들이 아동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기엔 너무 유치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것은 영화 내의 주제가 "실수해도 괜찮다. 평범해도 괜찮다"라는데, 작중 인물들은 하나같이 실수를 유발하지만 평범한 인물은 하나밖에 없다.

도대체 이들중에 누가 평범한가


 '버즈'의 경우 '비범'의 표본이다. 물론 시작은 실수를 많이 했고, 본인이 우주비행사가 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지만, 앨리샤가 믿어준 덕분에 정말로 '비범'한 인물이 되었다.

 시작이 평범했다고 해서 이 인물의 '비범성'은 절대 깍아내리기 어렵고, "평범해도 괜찮다"는 주제와는 동떨어진 인물이다.

 '이지'의 경우는 우주를 무서워하면서 우주비행사가 되려고 하는 결격사유가 있지만, 호손 가문의 사람이다. 나루토로 따지면 처음에 호화구의 술을 힘들어하던 사스케 같은 존재다. 도대체 이게 왜 평범인지 이해가 안간다.

 '다비'는 범죄자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기를 다루는 능력이나 폭탄을 제조하는 기술에 있어서는 절대로 평범하지 않다. 실제로 '다비'가 없었으면 임무 수행에 엄청난 지장이 생겼을 장면이 계속해서 나온다.

실수해도 괜찮은 것은 어릴 때의 얘기다


 문제가 있는게, "실수해도 괜찮다"라는 말은 어릴때나 쓰는 말이다. 도전에 대한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서라기에는 <토이 스토리>의 향수를 느끼고 간 연령층이 너무 높고, 등장인물들도 모두 성인이며, 이건 연습이 아니라 인류의 존망이 달린 엄청난 임무다.

 영화내에서도 절대로 "실수해도 괜찮은"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하나하나가 그저 운으로 해결되는 장면들만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실수해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것이 영화의 교훈이 되긴 어렵다.

 무엇보다 이 영화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고양이 '삭스'다. 마치 등장인물들의 모든 뒤치닥꺼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실수해도 누군가 해결해준다"라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처럼 만들어졌다.

 '삭스'가 없었으면 지구를 돌아갈 방법을 만들지도, 등장인물들의 실수를 만회하지도, 등장인물들의 결점을 보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건 마치 '도라에몽'같다. 무능력한 '노진구'를 도와주고 힘내라고 해주는 만능해결사 역할. 문제는 이건 아이들일때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끼친 손실은 생각보다 크고, 날려버린 기회도 크다. "이 행성에서 사는 것도 괜찮다"라는 위안을 삼지만, 사실상 가장 좋은 것은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 맞으며, '버즈'는 이것에 도전했을 뿐인데, 다른 인물들은 '버즈'를 '평범한 인간'으로 끌어내리기 바쁠 뿐이다.

버즈가 지구로 돌아가려던 것도 실수를 만회하려는 것이다


 "실수해도 괜찮다"라는 말은 "실수해도 이걸 극복할 수 있다"라는 말이다. 그런데 버즈의 실수로 이러한 행성에 떨어지는 것에 대한 극복은 이 행성에 적응하는 것도 있지만 최선은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다.

 분명히 버즈가 자신의 실수에 대해 얽매여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인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무엇보다 본인의 업무에 충실한 것 뿐이다.

 어떻게 보면 이 행성에 적응하는 것은 지구로 돌아가는 도전에 대한 포기다. 물론 레이저 방어벽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어떻게 아는가?

 이 영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마블이 마블을 시청하는 연령대가 높아지는 것에 맞추어서 눈높이를 올린 것처럼, 토이스토리도 토이스토리를 시청하는 연령대가 지금 20대를 넘어서 30대에 이르는 것을 생각해서 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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