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목표 폐기 - 3개 폐기 2개 보류

나머지 2개의 목표 또한 어떻게 될지 모른다. 폐기하게 된 이유는 각기 다른데, 솔직히 말하면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9개월을 준비한 것도 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폐기하게 되서 정말 슬프다.

덕분에 어제 저녁은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했다. 특히나 레슬링 대회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까.

사실 이게 제일 뼈아프다. 내 피드를 보면 알지만 레슬링을 가장 열심히 보낸 1년인데, 내 9개월이 날아가게 됐다. 금전적인 문제로.

저번에도 말했지만 나는 수입은 적다. 200도 되지 않는 수입. 200도 되지 않는 수입으로 어떻게 매달 30만원의 회비를 내냐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나의 집안의 문제로 인한 일종의 컴플렉스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가 없이 자랐다. 편부모가정, 그것도 엄마에게 자란 남성들은 본인도 모르는 남성성의 부재를 느낀다. 본인들은 그게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모르지만, 아버지로 물어받아야 될 남성성을 어머니에게는 받을 수가 없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중2때 돌아가셨는데, 그 전까지 술담배를 입에 달고 사셨다. 한손에는 술, 한손에는 담배. 그리고 항상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이러한 집안에서 자란 사람들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번째는 본인이 인식하는 가족의 범위가 좁다는 것, 두번째는 남성성의 부재다.

나는 예전부터 사람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장 싫어했던 것은 식구들과 만나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것은 항상 어머니와 가게 되었다.

요즘 사람들이 착각하는게, 어머니라는 존재가 아버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산다는 것이다. 남녀평등시대이기도 하고, 워낙 한부모 가정이 많아진 현실에서의 타협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어머니가 아버지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여자는 남성호르몬의 남자보다 7~21배정도 적다. 이러한 남성성의 부재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단지 아이를 기르고, 학원이나 학교에 보내고, 돈을 대주는 것만으로는 아버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가정의 최후의 보루고, 남자아이에게는 남성성을 물려주게 되니까.

실제로 아버지가 없는 가정의 남자아이는 모험심이나 도전정신같은 것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그저 어머니가 아이에게 여러가지 도전을 시킨다고 해결이 되긴 어려운 문제다.

하물며 어머니들의 경우는 아버지들보다 아이들의 도전정신을 고취시키는 것은 어렵다. 애초에 남성이 여성보다 남성호르몬이 강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러한 남성성의 부재 때문인지, 격투기나 남성성에 대한 동경이 아주 컸다. 레슬링을 하게 된 것 또한 레슬링이 가장 남성적인 운동이기 때문이다. 격렬하고 원시적이고.

어떻게 보면 나의 남성성의 부재에 대한 치료제가 레슬링이었던 것이다. 약물치료에 가까운 것이다.

최근 수업이 5개나 빠지게 된 상황에서 매달 30만원의 금액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고3인에도 몇명있어서 얘네들이 빠지게 되는 2달 뒤에는 금전적인 문제가 더 커질 것이고. 그래서 레슬링을 한 달정도 쉬기로 했다.

솔직히 억울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나도 돈이 충분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면 이런 포기를 안할 수 있었는데 하는 억울함, 무엇보다 이것저거 해보려고 해도 모두 돈이 들어가거나 내가 일을 그만두고 해야되는 일들이다. 그러다보니 억울함이 커진 것 같다.

또한 두렵기도 하다. 남성성의 부재를 레슬링으로 보조하고 있었는데, 보조가 없어졌다. 마치 우울증 약물치료 도중 약물을 끊었을때처럼 두렵다. 이러다 정말로 한달만에 나락으로 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너무 두렵다.

하루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