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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목표

난 매일 도망치기만 했다 -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는 거(1)

학폭과 사회부적응을 피해 게임으로 도망치다

 나의 학창시절은 정말로 암울하다. 당연한게, 우리 부모님은 딱히 아이를 가지려고 했었던게 아니라 나이가 차서 결혼을 했고, 그렇게 애를 가졌다. 당연히 제대로 된 가정교육이란 받아본 적이 없다.

 게다가 나의 가정은 정말 전쟁터 같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 이전에는 내가 엄마와 싸웠고, 그 이전에 아빠가 있었을 때는 아빠가 엄마와 싸웠다. 아버지는 제대로 된 아버지가 아니었으니까.

 그런 환경에서 자란 내가 제대로 된 학창시절을 보낼 수가 없었다. 사실 나의 머리는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한다. 내가 생각해도 말이지. 그런데 나의 장기라는 수학조차도 중학교부터 무너지기 시작해, 고등학교에는 바닥을 쳤다.

 공부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난 제대로 된 공부 습관이나 공부방법을 알지 못했다. 삼수시절 나름 정말 힘들게 살았다고 해도, 제대로 된 공부를 된 공부 습관을 가지지도 못했고, 공부방법도 배우지 못했으니 인서울을 겨우했다. 물론 나에게는 엄청난 성과였지만.

 난 이러한 환경에서 도망쳤다. 게임으로. 사람들이 게임은 재능이다 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이건 잘못되어있다. 대부분 게임이란게 성과가 나도록, 그리고 그 성과가 눈에 보이도록 되어있다.

 왜냐하면 이게 보여야 중독이 더 잘되거든.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것들에 비해서 게임은 평등하다. 내가 노력하는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다른 것에 비해서 성과가 보이고 성과가 더 잘난다. 난 그렇게 게임중독이 되었다.

전공이 힘들어 다른 전공으로 도망치다

 나의 전공은 수학이다. 펀드매니저가 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안 그래도 사회성이 떨어지는 나는 삼수를 거치며 더 사회성이 떨어졌다. 사람들과 제대로 된 대화도 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지 해서 나는 1학년때, 방학에도 학교를 나갔다. 이 때는 사회생활 따위보다 학교 공부가 더 중요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잘못되었다. 학교생활을 제대로 못하니 제대로 된 정보다 취득할 수 없고, 고학년 공부는 나의 최악의 공부습관으로는 공부시간으로 밀어붙힌다고 해도 되지 않았다. 그게 너무 힘들어 다른 전공으로 도망쳤다.

 처음 경제전공으로 간 것은 펀드매니저 때문이긴 했지만, 다른 물리, 공학, 컴퓨터공학으로 빠진 것은 다른 이유였다. 힘든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물리로 간 것은 반쯤 흥미였다. 나는 수능도 물1, 물2로 봤을 정도로 전형적인 이과라 물리같은 것을 좋아하니까. 하지만 이 역시 고학년의 과목을 들으니 힘들어져서 다른 과목으로 도피했다.

 물론 컴퓨터 공학도 흥미가 있었긴 하지만, 결국 고학년 과목은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 저학년 또한 "어차피 수학이랑 비슷하니까"라는 핑계로 공부하지 않았다.

과외가 힘들어 사업으로 도망치다

 참 멍청하게도 난 과외가 들어 사업으로 도망쳤다. 사업이 더 힘들지만 내가 누구 밑에서 일 할 성격이 못된다고 핑계를 댔으니까.

 웃긴 건 내가 수업 준비를 제일 많이 했던 시기가 과외를 처음 시작한 시기라는 것이다. 그 때는 도저히 수업준비를 안하고서는 수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수업준비를 강제로라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커리큘럼이 어느정도 머릿속에 들어오고, 어느정도 수업이 되기 시작하면서, 수업준비를 게을리 하기 시작했다.

 최악은 화상수업을 할 때였다. 난 정말로 수업준비를 잘 안했다. 물론 그렇다고 수업을 제대로 안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전을 위해서, 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된다.

 그런데 나는 이런 것을 게을리 해놓고, 불평은 많았다. 왜 그만두지. 왜 수업이 늘지 않지. 왜 급여가 이것밖에 되지 않지 라고 말이다.

 결국 나는 또 도망쳤다. 사업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내 몸이 그대로 움직일 거라고, 나에게는 문제가 없고 이 직장이 문제일 거라고 핑계대면서 말이다.

사업이 힘들어 학원으로 도망치다

 사실 사업은 정말 힘들다. 몇 개월 해보지도 않았는데 이걸 느낀 이유는 간단하다. 사업 아이템조차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업을 준비해보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때 대개 3가지 중에서 한 가지다. 시기가 지났거나, 이미 있거나, 돈이 안되거나. 대체적으로 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다.

 그런데 나는 사업을 정말 쉽게 생각했다. 내가 아이디어만 떠올리면 뚝딱 해결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내가 무언가를 하면 대박이 날 거라고, 난 특별한 인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제대로 한 것은 며칠 되지도 않는다. 물론 그 이후로 직장일이 생겨서 그런것도 있지만, 솔직히 하려고 하면 한다. 내가 하지 않으니 문제다. 그리고 나는 또 직장으로 도망쳤다.

학원일로 도망치다 

 난 학원일로 도망쳤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업을 한다면서 제대로 한 게 없거든. 그러니 몸이라도 움직이자고 일단 직장으로 갔다. 그리고 여기 또한 낙원은 아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수업 외적으로 해야될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학기 시작하면 부모님들께 인사드리고, 애들 프린트 준비, 수업이 끝나면 성취도표도 보내야되고, 애들 보강 때문에 주말에 출근도 꽤나 많다.

 특히나 애가 코로나거나 어디를 여행간다 싶은데 평일에 보강이 안되면 얄짤없이 주말 몇 주를 나와야 된다.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나와야 된다는 건 사실상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고 업무시간이 확실하게 지켜지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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