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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목표

아이들의 공부 습관의 중요성 - 유전의 무서움

초등학교 수학조차 타고남을 요구한다

"그래도 초등학교 수학은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나 또한 이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어렸을 적에 수학에 어려움이 없었고, 딱히 다른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다른 아이들이 그저 공부를 안 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해도 안 되는 것들, 혹은 공부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유전자나 집안의 문제가 생겼다.

 내 글들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지만 나는 타고남을 강조를 많이 한다. 타고난 능력, 타고난 집안, 선택할 수 없는 부모들 말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아이들의 습관들과 유전이 생각보다 너무 무섭다는 것을 더 심하게 느끼고 있다. 심지어 공부를 잘하는 습관과 못하는 습관을 나눌 정도로 말이다.


습관이 1순위다

 공부든 운동이든 일단 습관이 되면 어느 정도는 간다. 공부도 적어도 대학을 갈 정도로, 그리고 운동도 적어도 취미로 재미있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문제는 이 습관이라는 게 단지 열심히 하는 습관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심히 성실히 하는 습관은 당연한 거고, 그 외에 추가적으로 좋은 습관들이 있지 잡히지 않으면 그저 열심히 삽질이나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꼴이다.

꼭 필요한 공부습관

  • 개념 공부 제대로하기
  • 매일 공부하기
  • 복습하기
  • 식 쓰기
  • 노트에 쓰기

 보기에는 정말 간단한 습관들이지만 이걸 다 지키는 학생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초등학생은 더더욱.

 특히나 <개념 공부 제대로하기>라는 습관을 들으면 의아할 수도 있다.

"개념 공부는 그냥 개념 공부 아닌가? 제대로 하는게 뭐 있나?"

 그런데 초등학생에게 개념 공부라는 개념 자체는 생각보다 어렵다.


초4 수학은 암기다

 초등학교 4학년 수학은 암기다. 그렇기에 초4까지는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대로 공부를 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차이도 구별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개념을 제대로 공부한다는 것그 식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디서 나왔고, 그리고 그 유형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이해 위주의 공부

  • 매일 공부하는 것과 격일 공부하는 것의 차이가 크다
  • 설명할 수 있어야 공부가 된 것이다
  •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응용이나 심화가 되지 않는다
  • 빠르게 하면 이해가 안 가는 경우도 생긴다

암기 위주의 공부

  • 매일하면 좋지만 몰아서 해도 가능은 하다
  • 설명보다는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응용이나 심화가 거의 없다
  • 빠르게 해도 이해할 필요가 없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초4는 암기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걸 구분하지 못한다. 그저 자기가 그걸 풀 수 있으면, 혹은 설명을 들었을 때 이해가 가면 개념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숫자만 바꿔도 틀리고 자기가 설명하라고 하면 못한다는 것이다.

 초4 수학이 암기라는 점에서 매일 공부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암기는 매일 해도 좋기는 하지만, 몰아서 하는 것도 가능은 하다. 하지만 초5부터는 암기가 아니기 때문에 몰아서 하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초4까지 암기 형식으로, 그 때문에 몰아서 했던 아이들은 초5부터 험난한 길을 걷게 된다. 제대로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고, 응용이나 심화는 바라기도 어려울 정도가 되는 경우가 많다.


습관은 타고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요즘 이런 습관이 대부분 타고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습관이라는게 사람의 성향과 너무 크게 연관이 지어진다는 것이다.

 태생이 성실한 사람도 있고, 태생이 게으른 사람도 있다. 어떤 아이들은 시키지고 않았는데 저녁 10시까지 공부하고, 어떤 아이는 칭찬도 해보고 달래도 보고, 혼내기도 해도 과제도 제대로 안 하는 아이도 있다.

 여기에 집안이 끼면 더 무섭다. 집안 또한 내가 선택할 수 없는 타고나는 것인데, 부모의 제대로 된 교육관과 교육방법은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시행착오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유전의 무서움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이것인데, 최근 내가 가르치고 있는 4학년 아이가 있다. 이 아이에게 5학년 형이 있는데, 그 아이도 지난 학기에 내가 가르쳤었다.

 이 5학년 형이 참 식을 기똥차게 잘 썼었는데, 오죽하면 내가 식을 거의 지적하지 않고 끝났을 정도고, 심지어 식을 쓰고서 계산을 구석에 쓰는 버릇을 부모님도 가르치지 않았는데 터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4학년 동생의 경우는 계산은 정말 빠르긴 했지만, 너무 계산이 빨라서 식을 안 쓰다보니 식을 잘 못 썼었다. 아니, 못 쓴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그 아이의 노트를 확인하는데 너무 놀랐다. 5학년 형이랑 너무 판박이로 똑같은 식을 써놨던 것이다. 당연히 형이 해줬을리는 만무하고, 당연히 본인이 쓴 것이다.

 학원에서 내가 이 아이들의 어머님을 한 번 꼭 뵙고 싶다고 자주 얘기했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대체 어떻게 교육을 시키면 한 명도 아니고 둘 다 이렇게 잘하는지, 이렇게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집안까지 생각하면 습관이라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타고나는 게 아닐까 하는 습관이 요즘 들기 시작했다. 그만큼 우리가 실제로 선택하는 영역은 적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들을 보고서 안타깝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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